
두 회사의 가격 정책이 갈리는 근본 배경은 시장 점유율 격차입니다. 시장조사기관 존페디리서치(JPR)에 따르면 최근 분기 외장 그래픽카드 출하량에서 엔비디아의 점유율은 9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AMD는 5%에 그쳤습니다. 이 정도 격차라면 엔비디아는 사실상 경쟁 없는 시장에서 가격을 책정하는 셈이고, AMD는 남은 파이를 지키기 위해 훨씬 신중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이런 힘의 차이는 가격 인상 시점에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업계에 따르면 AMD는 이미 GPU 코어와 VRAM을 묶은 패키지의 납품 가격 인상안을 확정해 두고도, 시행 시점을 몇 차례 늦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당시 엔비디아가 가격 인상을 반영하지 않은 상태에서 AMD가 먼저 가격을 올리면 안 그래도 좁은 점유율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엔비디아가 가격을 올린 뒤에야 AMD도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맞춰 나가는 흐름이 반복됩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AMD의 가격 경쟁력이 실제 판매로는 잘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한 IT 전문매체가 지포스 RTX 5070 Ti와 라데온 RX 9070 XT를 게임 52종으로 비교한 벤치마크에서는 두 제품의 평균 성능이 사실상 대등하게 나타났습니다. 그런데도 북미 소매시장에서 RX 9070 XT는 700달러 안팎, RTX 5070 Ti는 1000달러 안팎에 거래돼 AMD 제품이 40% 가까이 저렴했습니다. 성능은 비슷한데 가격은 훨씬 싼 셈인데도, AMD의 외장 GPU 점유율은 오히려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이 현상은 가격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시장의 특성을 보여줍니다. 엔비디아는 DLSS 같은 자체 기술 생태계와 브랜드 신뢰도를 오랜 기간 쌓아왔고, 이는 가격이 다소 높아도 소비자가 쉽게 이탈하지 않는 구조를 만듭니다. 반면 AMD는 가격 대비 성능이라는 강점을 내세워도 이런 생태계 격차를 좁히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결과적으로 엔비디아는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가격을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반면, AMD는 엔비디아의 가격 정책을 뒤따라가며 점유율 방어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비대칭적 구조가 굳어지고 있습니다.
엔비디아 vs AMD 가격 정책 비교
| 구분 | 엔비디아 | AMD |
|---|---|---|
| 시장 점유율 | 약 94% | 약 5% |
| 가격 결정 방식 | 시장을 주도하며 선제적으로 인상 | 엔비디아 동향을 보며 인상 시점 조정 |
| 가격 경쟁력 |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 유지 | 동급 성능 대비 최대 40% 저렴 |
| 판매 성과 | 압도적 우위 지속 | 가격 우위에도 점유율 하락 |